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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곳에 길이 있다

이석재 코치 2021. 7. 30. 11:00

떠도는 마음도 내 삶의 일부이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의사결정을 더디게 한다. 그러나 일단 생각이 정리되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생각을 시작해 실천에 옮기는 과정은 떠도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다. 본래 해결해야 할 과제나 문제와 무관한 생각들을 즐긴다. 생각에 방향성을 주면, 어느 때에 가서는 생각한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묶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의 중심에는 대부분 내가 있다. 내 관점에서 더 나아지고 성장한 모습을 만들고 싶은 성장 동기가 있다. 자기의 삶을 구성하려는 동기, 잠재성과 변화 요구, 이에 대한 자기 인식이 떠도는 생각을 한 방향으로 엮어주는 에너지원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강력한 질문을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여기서 마음을 흔든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떠돌게 하라는 뜻이다. 내 삶의 중요한 전환기에 만난 스승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은 나의 마음은 떠돌기 시작했다. 때론 집중하던 것이 있어도, 잠깐 마음이 떠돌았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두 생각이 연결되었다. 여기서는 나의 경험을 소개한다. 

 

코끼리를 만진 장님들의 생각이 서로 다른 이유는?

 

  나에게 강력한 탐구 질문을 한 분은 대학교 때 은사이다. 그분의 가르침은 상대방을 깨닫게 할 때 질문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강력한 질문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길을 안내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자기 한계를 넘으면, 그곳에 답이 있다. 여름 방학 중인 어느 날 여의도 순복음 교회 근처에 있는 그분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당시 대학교 2학년으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사회심리학을 전공하신 그분처럼 나도 심리학을 하고 싶었다.

 

“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왜 심리학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나는 아주 반기시면서 ‘그래 잘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 보거라’는 응답을 기대하였는데, 공부하고 싶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소 긴장했다.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향해 진로를 더 고민해 보도록 말씀하셨다.

“지금이 여름 방학이지? 방학 동안 깊이 생각해 보거라. 그래도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그 후 다른 일로 여러 차례 자택을 찾아갔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도교수는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질문을 하셨다.

 

“왜 장님들은 같은 코끼리를 만졌으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을까?” 

 

  당시 나는 그 질문에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을 해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도가 될 수 있음을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많은 답을 내놓았지만, 정답을 말하지는 못했다.

“지금 네 모습이네.”

그래도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장님이야.”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솟구치는 울음을 꾹 참았다. 나는 왜 답을 밖에서 찾았을까? 내 가정에 따른 생각에 묶이다 보니,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답이 있으면서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그 사건이 있은 이후 심리학에 빠져들었다. 장님과 코끼리 질문은 나를 심리 학도가 되도록 이끌었고, 지금도 의사소통 강의를 하거나, 고객과 대화할 때 추억을 소환해 인용하기도 한다. 나는 관점의 전환이 행동의 변화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 학습한 통찰은 후에 코칭을 하면서 ‘소중한 것의 재발견’(경영 심리학자의 효과성 코칭, 59쪽)이라는 4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관점 바꾸기 도구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질문은 기억을 끌어내고 상상을 자극하며 마음을 떠돌게 한다. 

 

생각을 도식으로 표현할 수 있나요?

 

  박사과정을 지도하신 지도교수는 나의 생각을 묻고 늘 인정해 주셨다. 그분은 유태인으로 우리나라의 경로사상을 극찬했다. 기존 교과서나 학술 논문에서 이미 논의되는 관점이지만, 정리하여 내 생각을 말할 때는 내 생각을 인정하며 격려했다.

“재미있는 생각이군. 어떻게 그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 이야기를 해봐요.”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논문 주제를 토의하다가, 나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칠판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칠판에 당신의 생각을 도식으로 그려보세요.”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주요 개념들을 도식으로 그리다 보면, 논리가 부족한 곳이 쉽게 드러났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다음 미팅을 위한 토의 안건이 마련되었다.

 

대학원 공부를 하려는 이유는?

 

  나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는 30대 중반에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유학을 갔다. 누구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상황은 아니라서, 나와 가정의 미래를 중심으로 마음이 떠돌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으로, 1년 반을 준비한 후 실행에 옮겼다. 원래 공부하고 싶은 주제와 활동은 '고정관념을 해소'시키는 학술연구와 사회정책 개발, 사회 참여를 하는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날 60 초반의 여성이 옆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간호사로 정년퇴직하고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심리학을 다시 해 보고 싶어 박사과정에 들어왔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도전에 용기를 얻었다. 나의 유학 경험을 전해 들은 30대 또는 40대 직장인들이 지인을 통해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공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형태로든 석사 또는 박사 학위에 도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각자 공부하려는 동기는 다르겠지만 먼저 공부하는 목적을 명확히 세우고, 학위를 취득하는데 목표를 두기보다 공부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원하는 삶을 멋지게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

 

  나는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실천하는 중이다. 만들어 보고 싶은 그 삶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이든 삶을 바라보는 신념과 그것을 위한 실행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투자가 이루어진 삶은 가치 지향적이고 자기 관리에 엄정해야 한다. 각자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가치 지향적인 생활을 꾸리려고 노력했다. 살면서 부침이 있지만, 삶의 방향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어떤 삶을 원하나요?

 

  사회생활 초년에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갔다. 그곳에서 옆집의 젊은 부부가 삶을 사는 방법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 그 부부는 몇 개의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했다. 하나는 추수감사절을 위해, 다른 하나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마지막 것은 그 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행사를 위한 것이다. 각 계좌에 저축된 돈은 해당 목적에 맞게 모두 사용한다. 미리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두 사람의 삶에 소중한 날을 위해 저금을 한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여유롭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함께 구상하고 이루고 싶은 삶을 사는 방식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2019년 '내 삶을 바꾸는 생각 혁명' 책을 발간한 것은 그때 체험한 생각과 느낌을 전문코치로서 실천하며 개발한 결과물이다. 목적 있는 삶, 나는 그 삶을 존중한다.

 

  옆집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할 것 같은 활동을 위해 저축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국내여행을 국외여행으로 바꿨다. 각종 비용이 늘어났지만, 저금한 돈은 해당 목적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어느덧 20년 정도 실행에 옮기다 보니,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자녀들이 장성해 쉽지 않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활동이다. 굳이 일과 삶을 나누어 볼 필요는 없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구도에서 가족여행은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가족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

 

  해외 연수와 유학 기간 중의 가족여행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가족여행을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이다. 가족과 나누는 시간의 추억이 삶의 기록이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유럽여행은 자동차를 렌트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차량 운행 계획표를 작성하고, 숙박 장소와 맛집 등을 미리 찾고 필요한 예약을 했다. 여행하는 나라와 도시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여행 계획서에 정리했다. 여행지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가족에게 하루 일정을 소개했다. 가족원은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괴테를 찾아서’, ‘종교개혁의 역사’, ‘고성 탐방’ 등과 같은 테마여행을 추진했다. 여행 기록은 개인 블로그(3. 세계여행 이야기)에 남겼다. 여행 전에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니, 정보를 필요로 하는 여행자에게 도움 주기 위함이다. 사진과 자료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